건강

[스크랩] 계절을 탄다는 말의 생리 해설

jeansoo 2009. 7. 18. 18:46

1. 흔한 증상을 관찰하면  거기에 이치가 있습니다.

애들이 봄을 탄다 혹은 춘곤증이 있다 혹은 여름 탄다 혹은 가을이나 겨울탄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겨울 탄다는 말은 실제로는 하지 않는데 그것은 겨울을 타지 않아서가 아니라 옛부터 겨울은 추워서 누구나 힘드니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겨울 탄다는 말은 드물게 듣는 것입니다.

오시는 환자분들에게
"기록을보니 작년 이 맘때 오셨는데요" 라고 말을 건네면 비교적 자주 이런 대답을 듣습니다.
"늘 봄(여름 혹은 가을)을 심하게 타요"

저 개인적인 경우도 그렇습니다. 요즘에는 덜 한데 어린 시절부터 날씨가 더워지는 5월 말이나 6월경에는 매년 심하게 몸살을 앓곤 했습니다. 그 때마다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 생애 지금처럼 아픈 경우는 처음이다." 라구요. 한번은 2002년 한참 월드컵 축구할 때 아마도 6월이 아닌가 합니다. 그 때 너무 크게 아팠습니다. 오한과 고열과 숨을 못 쉴 정도로 옆구리가 뜨끔뜨끔 아픈게(그  한달전 쯤에 축구하다가 등으로 축구 공을 맞았는데 그 때부터 등은 조금 불편함을 느낀 것은 있었습니다.) 여간 신경이 쓰인게 아니었고 거기에 소변은 샛노랗고 횟수도 하루에 한 두번 겨우 나올 정도였습니다.  진단을 내린다면 감기 몸살에 급성 신부전(인우신염이나 사구체 염)이 겹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이태리 축구는 아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었으므로 인근에 대형 TV가 있는 맥주집으로 갔습니다. 물론 그 때 한참 더운 데도 저는 긴 팔 속옷에 잠바를 입고 나갔습니다. 그런데 에어컨 바람이 들어오니 머리에서는 열이 나는데도 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옆의 사람들은 날씨와 축구열기를 에어컨과 찬맥주로 식히는데 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수통에 가서 뜨거운 물만 받아서 계속 마셨습니다. 너무도 속이 떨리니 그 뜨거운 물이 하나도 뜨겁게 느껴지지 않고 그냥 미지근하기만 합니다. 축구가 끝날 때까지 아마도 네 다섯 번을 사이다 컵에 가득하게 마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끙끙 앓았었고 그 상태로 약 3일 정도 더 가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그 전에는 탕약을 끓이기가 귀찮아서 보험약을 몇 봉 먹었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한약을 스스로 제대로 처방하여 약을 먹고  
땀을 온 몸에 목욕한 듯이 몇 시간을 흘리고 회복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이렇게 초여름 타는 것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일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각별히 제 몸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어느 정도이냐 하면 옛날에는 술꾼 이었는데 요즘은 맥주 한모금 조차도 안마십니다.) 조금 아프다가 그냥 지나가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계절을 타는 시기도 다르고 증상도 좀 다릅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타고난 체질도 다르고 그 동안 살아온 섭생방법도 다르고 현재 처해있는 환경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병증의 원인은 계절 즉 날씨입니다. 날씨는 온도와 습도 일조량 바람 그리고 주로 많이 거주하는 지형의 특징이 주요한 결정요인 입니다. 따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추정이 가능합니다.

2. 계절과 생리

초봄을 타는 사람
초봄은 아직 바람이 차고 건조하고(물론 때로는 북태평양의 영향으로 습하기도 합니다.)온도의 일교차나 지형차가 심합니다. 그러나 일조량은 길어집니다. 대부분이 겨울과 같은데 일조량이 늘어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일조량이 늘어나면 몸 속의 양기(陽氣)가 운동하여 몸 내에서는 활동량이 늘어나고 에너지 소모가 커집니다. 단순하게 비교한다면 겨울은 체온유지의 에너지만 있다면 초봄에 이르르면 활동에너지가 추가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활동에너지를 쓸 만한 에너지를 조절하지 못하게 되면 초봄을 타게 되는 것입니다.

주로 심폐비의 삼장(三臟)기운이 약한 사람에게 불리합니다. 이런 분들은 봄이라고해서 옷을 좀 얇게 입으면 쉽게 피로를 타고 비염이나 기타 호흡기 질환이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이 때 감기를 걸리면 감기가 낫지 않고 여름까지 마른 기침을 끌고 가기도 합니다.

심폐비가 약한 사람은 평소에 달리기 하면 숨이 잘 차면서도 소화기의 용량이 작은 사람입니다. 한의학적인 해석은 심폐비가 약하면 양이 약한 것이고 그리고 비의 용량이 작다는 것은 양을 만들어주는 음을 조성하는 기능이 약하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예방은 바람과 찬기온(아침 저녁운동 그늘등)에 노출시키지 않게 하면서 활장과 바료위주의 탕약처방이 필요합니다.  

늦봄과 초여름을 타는 사람
심폐기운이 초봄 보다는 강합니다. 그러나 간기운(양의 기운)이 강하여 조금 열을 잘 받는 사람이 동시에 소화기는 용량이 모자랄 경우에 에너지 발산은 많은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채워줄 만한 여력이 닿지 않을 때 몸이 아프게 됩니다.
(위의 제 사례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활동을 자신의 체력의 80프로 정도만 해주고 쉬는 것이 좋은데 이건 쉽지 않습니다. 간기운이 강한 편이라 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이 에너지를 어떻게 하든지 소모시키려고 노력하는 체질이기 때문입니다. 탕약으로는 간열을 내려주고 소화기를 활성화 해주는 처방이 좋습니다.

한 여름을 타는 사람
병리적으로 오장에 열이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일반적으로는 오장의 음기가 충실한 사람 즉 몸이 비대한 사람들이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들은 땀을 많이 내주는 것이 가장 좋고 탕약으로는 오장기능이 항진되는 것을 막아주는 처방이 필요합니다.

늦여름 혹은 초가을
이 때는 일조량은 짧아지지만 기온이나 다른 여건은 여름과 같은 경우입니다. 즉 몸의 내부에서는 양기의 발산이 줄어들고 있어 음기가 뭉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여전히 양기의 발산이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음기가 뭉치게 되면 간과 신장의 기운이 예전처럼 흐르지 못하게 됩니다. 한편 폐음이 약해서 폐양기가 발산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폐음이 약하다는 말은 폐의 기능이 단순히 활동성만 약한 것이 아니라 비록 폐가 크더라도 폐의 기질적인 약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폐결핵이 잘 걸리는 사람등)

성격은 생리표현의 한 면이라서 이런 경우의 사람들을 성격으로 표현합니다.  이 때 힘들어지는 분들은 자신을 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나 교양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한의학적으로 간기울결이라고 하는데 간기울결이 잘되는 분들이 힘들어 집니다.

따라서 처방은 자기표현을 부끄럼없이 하고 교양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밖으로 토해내는 것이 좋고 탕약으로는 간기울결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을 타는 사람
이 때의 한 반도 내지는 산동지역의 기후의 특징은 차고 건조한 바람 저온 일조량 감소등입니다. 즉 체온을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에너지를 소모하는 계절입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은 없습니다. 따라서 몸에너지의 대부분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소모됩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 내부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에너지(오장의 음기가 튼실하다는 말)가 필요하므로 음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약한 사람들이 가장 힘듭니다. 즉 간과 비위가 작은 사람들 몸이 - 비교적 날씬한 사람들이- 힘든 계절입니다.  

따라서 처방은 따뜻하고 정을 보하는 음식(영양가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추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땀내기가 필요합니다. 탕약처방은 보정하는 방향으로 기울이되 소화기를 늘 편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한 겨울
아예 약한 사람들은 스스로 조심하니 오히려 큰 문제가 안생깁니다. 문제는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노인이나 어린이 그리고 만성환자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비록 실내에 있어도 밖으로부터 오는 복사열(열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산이나 들 혹은 건물등에 오는 냉기)을 받으므로 에너지 소모가 많아 쉽게 지치게 됩니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하므로 섣부른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냉기로 부터 오는 피로는 눈에 보이지 않게 쌓이므로 한 겨울의 추위로 부터 오는 증상은 반드시 그 당시에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초봄이 오면 쌓인 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경에서 오는 냉기가 가장 큰 요인이니 같은 조건이라면 도시보다는 시골이 더 힘들고 부자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힘들고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힘들고 실내노동자들보다는 실외노동자들이 더 힘들고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노인 어린이 만성질환자들이 더 힘들 것입니다. 냉기를 막기 위한 에너지 손실은 어느 활동보다도 가장 크기 때문에 한 겨울의 냉기는 생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만 사람들이 건강이나 병증을 판단할 때 병의 원인이나 그 사람의 몸과 환경의 상태를 보지 않고 양방검사에서 보여주는 검사숫치만 보기 때문에 이것을 지나칠 뿐입니다.

3. 겨절을 타는 증상들

일반적으로 계절을 탄다고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감기몸살입니다. 실제로 건강한 청장년 층이라면 대부분이 감기몸살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즉 몸 전체가 피로하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 사람의 평소의 약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 가장 정확한 증상입니다.

왜냐하면 계절을 탄다는 말은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그 사람의 에너지의 흐름자체에 균형이 깨진 상태가 된 것을 말하기 때문에 당연히 평소의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증상 몇 가지만 들겠습니다.

폐가 약한 사람들은 호흡기 질환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허리 다리 통증이나 치질 혹은 부인과 질환
비가 약한 사람들은 소화기 장애
간이 약한 사람들은 아토피나 기타 자가면역질환
신이 약한 사람들은 속에서 미열이 지속되거나 피로 혹은 몸이 붓는 증상들입니다.  물론 이런 증상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반드시 계절뿐 아니라 몸이 피로하면 나타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변화에 대해서 둔감합니다. 왜냐하면 옛날에 비해서 생활환경이 편해지면서 증상도 약해지기도 하고 또한 경쟁사회에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잘못된 건강상식도 한 몫합니다. 그냥 운동하면 다 된다는 막연한 생각들이 그런 것입니다.

자신의 생리적인 사이클이 어느 시기에 최적인지를 아는 것은 거시경제의 흐름을 아는 것 만큼이나 효율적입니다.(구태여 경제에 비유하는 것은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거의가 경제에 모아지니까요.) 예컨대 자신이 일을 시작할 때 언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는지를 참고하면 어쩌면 경제적인 흐름보다도 더 경제적인 바이오 사이클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글쓴이 : 할아버지한의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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