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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

jeansoo 2007. 4. 27. 14:08
 

사안 


(1) 국회에서 일제잔재청산과 민족정기회복을 위하여 “과거 일제시대의 친일파와 민족반역자의 재산은 국유로 환수한다.”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한 경우, 이 법률이 헌법 제13조 제2항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에 해당하여 위헌이 아닌지에 관하여 설명하라


(2) 법률에서 특정직에 근무하는 공무원에 대해 일정기간 근무하면 관리직종에 관한 자격을 자동취득한다고 정하여 40여 년간 시행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일반응시자와의 형평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자동자격취득조항을 삭제한 경우, 이러한 법률개정은 이를 믿고 해당직에 근무한 공무원의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를 설명하라.



I. 논점의 정리



설문 (1)에서 헌법 제13조 제2항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금지규정의 소급입법이란 진정소급입법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례에서 친일파와 민족반역자의 재산에 대한 국유환수조치가 여기의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는지,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더라도 그 예외가 허용되는지, 그리고 사례의 경우 그 예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리고 설문 (2)의 경우 진정소급입법인지, 부진정소급입법인지 여부를 우선 판단하여야 하고,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할 경우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II. 법치국가원리와 신뢰의 보호



1. 형식적 법치주의와 실질적 법치주의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이라는 형식에 의한 통치질서’를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로운 활동영역을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그 결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법적 안정성,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형식적 법치주의는 행정과 재판이 법률에 적합하도록 행해질 것을 요청할 뿐 그 법률의 목적이나 내용을 문제삼지 아니한다. 따라서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률을 도구로 이용한 합법적 지배, 즉 법률주의를 의미할 뿐이었다.



 형식적 법치주의의 이러한 폐단에 따라 오늘날에는 법치주의가 법률에 의거한 공권력의 행사라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목적과 내용도 정의에 합치하는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법치주의로 발전하고 있다. 결국 법치주의는 한편으로는 법적 안정성을 지향하지만 다른 한편 정의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2.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실현


 법적 안정성의 요청과 정의의 요청은 충돌될 수 있다. 순수한 정의의 요청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정의롭지 못한 상태의 제거를 요구하지만, 법적 안정성의 요청은 때로 정의롭지 못한 상태라 할지라도 안정성을 위해 그대로 유지될 것을 요청한다. 또한 오늘날처럼 국내외적 정치, 경제환경, 사회적 상황 등이 빠른 속도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시기에는 그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안정성의 확보에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법적 안정성은 정의의 요청 및 새로운 변화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법적 안정성과 정의의 실현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의 문제는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을 나누어 달리 평가하여야 한다.



III.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


1. 진정소급입법과 부진정소급입법의 개념과 사례적용


 진정소급입법이란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여 사후에 그전과 다른 법적 효과를 생기게 하는 입법을 의미하고, 부진정소급입법이란 과거에 이미 개시되었지만 아직 완결되지 않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 또는 법률관계와 그 법적 효과에 장래적으로 개입하여 법적 지위를 사후에 침해하는 입법을 의미한다.


 사례 (1)의 특별법은 과거 일제시대의 친일파나 민족반역자들과 그 후손들의 재산권적 지위를 사후입법을 통하여 박탈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이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례(2)의 경우는 일정근무기간을 경과하여 이미 자격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 사후입법에 의하여 그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므로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아니하고 진행과정에 있는 사실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한다.


2. 진정소급입법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

(1) 의의

 진정소급입법은 법적 안정성과 그 주관적 측면인 개인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개인의 신뢰보호에 우선하는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 즉 기존의 법을 변경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하여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회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A)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B)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은 경우 (C)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D)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 사례 (1)의 경우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의 소급입법은 진정소급입법을 의미한다. 따라서 진정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의 박탈은 우리 헌법상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진정소급입법이라도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본 사안의 특별법을 살펴볼 경우, 첫째 일제의 무단통치하에서 반민족행위자들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였으므로 어차피 소급입법이 불가피하였고, 둘째 일제치하의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반민족적 불법행위에 대하여 향후에라도 제재가 가해질 것을 당시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고, 셋째, 해방 이후의 정국은 매우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법적 상태이었기 때문에 구법렬에 대한 이들의 신뢰는 보호가치가 없고, 넷째 일제잔재청산으로 민조자주독립의 국가이념을 수호한다고 하는 공익적 필요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본 사안의 특별법이 진정소급입법이라 하더라도 이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부진정소급입법의 원칙적 허용과 신뢰보호원칙에 의한 제한


(1) 의의

 법률은 한번 제정되면 변경되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변동에 따라 개정되거나 폐지되고 새로 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의 개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만 구법에 의하여 형성된 당사자의 신뢰보호에 의하여 입법형성권이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2) 신뢰보호원칙의 위배의 기준

① 신뢰이익의 침해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되려면 우선 신뢰이익의 침해가 있어야 하는데, 신뢰이익의 침해는 공권력에 의한 선행조치(법률의 제정)가 존재하고, 이러한 선행조치를 신뢰하여 그 상대방이 일정한 조치를 했음에도 위 선행조치에 반하는 처분(법률의 개정)을 한 경우에 성립한다,


② 비교형량

 신뢰이익의 상실로 인한 손해의 정도와 법률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을 비교형량하여 사익이 공익보다 커야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그런데 법률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형량함에 있어서는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즉 국가행위가 예견가능했거나 법률이 부여한 기회를 반사적으로 활용한 경우에는 신뢰이익의 보호가치가 감소되지만, 강제적, 명령적 계획의 경우와 같이 개인의 결정 가능성을 배제하고 국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사인의 행위기준으로 강요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의사에 따라 행동한 사인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강제적 명령적 계획은 아니지만 계획에 따르면 다양한 특혜를 주거나 계획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등의 행위로 국가가 국민으로 하여금 법률이 정하는 계획에 따르도록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그 계획을 신뢰한 국민의 신뢰이익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된다.


③ 경과규정

 설사 보호되는 공익이 침해되는 사익보다 크더라도 사익을 최소침해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는다면 이 경우에도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사익을 최소침해하는 방식으로 통상 경과규정을 두는데, 경과규정을 둘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지 아니한 경우에는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3) 사례 (2)의 경우

① 본 사례에서는 일정기간의 근무를 요건으로 한 자격자동취득의 법률제정을 신뢰하고 해당 특정직에 근무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을 개정하여 이러한 자격취득조항을 삭제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우선 신뢰이익의 침해는 인정된다.



② 다음으로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하면 일반응시자와의 형평을 제고한다는 공익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존속해온 제도를 시급히 폐지하여야 할 만큼의 공익적 중대성이나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반면 사익적 측면에서 볼 때 본 설문에서와 같이 법률에서 특정직에 근무하는 공무원에 대해 일정기간 근무하던 관련 직종에 관한 자격을 자동취득한다고 정하여 시행한 경우에는 국가가 특정 자격의 자동취득을 내세워 해당직에 공무원으로 근무하도록 유인하거나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자격의 자동취득에 대한 개인의 신뢰이익은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③ 따라서 본 설문에서 자격취득조항을 삭제한 국가의 행위는 법률개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그로 인해 침해되는 개인의 신뢰이익이 더 크다고 할 것이므로 신뢰호보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④ 헌법재판소도 기존 국세관련 경력공무원 중 일부에게만 구법 규정을 적용하여 세무사자격이 부여되도록 규정한 ‘세무사법 부칙 제3항’과 기존 특허청 경력공무원 중 일부에게만 구법규정을 적용하여 변리사자격이 부여되도록 규정한 ‘변리사법 부칙 제3항’에 대하여 “청구인들의 세무사자격(변리사자격)부여에 대한 신뢰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합리적이고도 정당한 신뢰라 할 것이고, 법률개정으로 말미암아 청구인들이 입게 된 신뢰이익의 침해 정도는 중대하다고 아니할 수 없는 반면,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침해함으로써 일반응시자와의 형평을 제고한다는 공익은 위와 같은 신뢰이익 제한을 헌법적으로 정당화할 만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위헌으로 판시한 바 있다.


IV. 사안의 해결

[1] 설문 (1)의 경우는 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지만, 당사자가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고,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웠거나 하여 보호할 만한 신뢰의 이익이 적으며,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진정소급입법이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헌법 제13조 제2항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설문 (2)의 경우는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공익적 측면에서는 그 중대성이나 긴급성을 인정할만한 사유가 없고, 한편으로 사익적 측면에서는 국가가 자격자동취득조항을 통해 해당직에 근무하도록 유도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개인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 결국 공익과 사익의 비교형량의 결과 사익이 공익보다 더 큰 경우에 해당하므로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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